
📍 전쟁,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의 악순환의 연속
전쟁과 탈세계화는 전 세계적으로 공급망의 불확실성과 비용 상승을 불러온다. 지난 150년간의 세계 경제 흐름을 살펴보면 세 번의 탈세계화가 있었다. 첫 번째는 1910년 ~ 1930년대의 두 차례의 세계대전, 경제대공황과 함께 발생했다. 1970년 ~ 1980년대의 1, 2차 중동전쟁과 오일쇼크가 발생했던 시기가 두 번째 탈세계화에 해당한다. 그리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세 번째 탈세계화는 코로나19에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상황과 맞물려 있다. 이 시기에는 글로벌 무역 비용이 상승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고, PPI(Produce Price Index, 생산자물가지수) 상승과 공급망의 불확실성 등이 공통적으로 관찰된다.
더구나 2020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코로나19는 유동성 공급을 멈추지 못하는 또 다른 원인이었다. FED의 지속적인 금리 인하는 2020년 3월에 0.00 ~ 0.25%에 이르러 멈췄지만, 그 이후로도 1년 이상 제로 금리를 유지했다. 2023년부터 금리 인상을 예고하던 연준은 2022년 초부터 예상보다 빠르게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다. 연초부터 시작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그 시작점이다. 2021년 코로나19에 이어, 2022년에는 전쟁-인플레이션-FED의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시작된 것이다.
1970년대 말에도 중동전쟁에 이어 급격한 인플레이션 시기가 있었다. 물론 당시 경제 상황은 고용시장도 악화된 스태그플레이션이었지만,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오랫동안 지속되었고, 이후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이어졌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불렸던 폴 볼커는 1979년 7월 FRB 의장으로 취임하여 그해 10월에는 긴급 FOMC를 통해 한 번에 금리를 무려 400bp까지 올렸다. 이후 1981년까지 기준금리를 19%까지 끌어올리고 나서야 겨우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후폭풍으로 미국 중소기업의 40%가 도산했고, 실업률은 10%를 넘어설 정도였다. 1년 동안 매우 가파른 금리 인상을 이어온 FRB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고민은 깊어졌으나, 다행히도 2023년 하반기를 지나며 PCE 지표는 빠르게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 포드사는 인플레이션을 어떻게 극복했나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경제가 어려워지면 대부분의 기업은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돌아보면 이런 상황을 잘 극복한 사례들도 있다. 특히 기술혁신을 주도하는 글로벌 선도기업들은 생산형 혁신과 수직계열화(제품 생산부터 판매까지 공급 사슬을 전반적으로 각 분야의 계열사로 구성한 것) 등을 통해 제조 비용을 낮추고, 가격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
1900년대 초반에도 인플레이션이 경제성장률을 앞선 상황이 10년 이상 지속됐다. 당시 포드사는 현대적인 대량생산 체제를 통한 생산성 혁명으로 자동차 가격을 크게 낮춤으로써 자동차를 대중화시킬 수 있었다. 이와 비슷한 상황은 1970년대에도 일어났다. 당시 엑슨모빌은 인수합병을 통한 업스트림(원유 탐사 및 생산) 수직계열화를 통해 급성장하며 글로벌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편 반도체 시장에서 혁신을 주도해 왔던 인텔은 '무어의 법칙'으로 일컬어지는 지속적인 생산성 향상과 제조 혁신을 통해 CPU 시장을 장악하며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최강자로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생산성 혁명을 통한 파괴적인 가격경쟁력은 자동차 업계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졌다. 1930년 이후 포드사는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GM에게 1위를 내줬지만, 오늘까지 연간 150~200만 대의 자동차를 판매하면서 GM, 크라이슬러와 함께 미국 자동차 업계 3대 기업으로서 여전히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 생산성 혁명과 기업의 생존 전략
전쟁,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이라는 악순환은 세계 경제를 흔들어왔지만, 역사를 돌아보면 이런 격동의 시기에도 살아남고 오히려 성장한 기업들이 있었다. 그 핵심은 바로 생산성 혁명과 공급망 혁신이다. 포드사가 대량생산 체제를 통해 자동차 가격을 낮추며 대중화를 이끌었던 사례, 엑슨모빌이 수직계열화를 통해 원유 시장을 장악했던 사례, 인텔이 무어의 법칙을 기반으로 반도체 시장을 선도했던 사례는 모두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즉, 인플레이션과 비용 상승이라는 외부 충격을 단순히 방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계기로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로 전환한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오늘날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현재 진행 중인 세 번째 탈세계화 국면에서 글로벌 공급망은 불확실성과 비용 상승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기업이 생산성 혁신과 기술적 돌파구를 마련한다면, 단순히 생존을 넘어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예컨대 인공지능을 활용한 제조 자동화, 친환경 에너지 전환, 디지털 공급망 관리 등은 오늘날의 기업들이 맞닥뜨린 인플레이션과 비용 압박을 극복할 수 있는 현대적 해법이 될 수 있다.
결국 경제의 악순환을 끊어내는 힘은 정부의 정책만이 아니라, 기업의 혁신 역량에서 비롯된다. 포드, 엑슨모빌, 인텔이 보여준 역사적 사례처럼, 위기의 시대는 동시에 혁신의 시대이기도 하다. 2026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위기 인식이 아니라, 그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고 생산성 혁명을 다시금 현실화하는 전략적 시각이다.
본 글은 '한국경제신문' 출판사의 'AI 투자 전쟁' 도서의 일부를 참조하여 작성하였으며, 개인적인 의견이 포함되어 있습니다.